이정동 개인전 “Translucent Narrative” 가 2016년 5월 11일부터 6월 7일까지 관훈갤러리 2층과 3층에서 개최된다. 이정동은 비닐이라는 독특한 소재위에 집요한 선 드로잉을 가득채운다. 다양한 형태로 반복된 점과 선들이 끊 임없이 증식되어 비닐이 반투명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선들을 이용해 특정한 형태를 묘사하지도, 건축적인 공간 을 창조하지도 않는다. 중첩의 효과가 내는 이미지는 관객에게 환상적인 화면을 선사하는데, 앞 뒤의 구분 이 느껴지지 않는 천장에 매달려 떨어진 작품 주변을 지나다니다 보면 반투명함 너머로 다른차원의 공간이 느껴지 기도 한다. 가상공간을 가시화 하려는 작가의 고투는, 컴퓨터에서 여러가지 디지털 이미지를 반복하여 레이어를 만들며 시작 된다. 그리고 이것을 핸드드로잉이라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하나하나 비닐에 옮겨 놓는다. 중첩된 선들 사이에 서 시선이 잠시 길을 잃어버리듯이, 눈앞에 실존하는 것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손 안의 작은 가상 공간을 실재로 여 기고 현실을 잃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메일과 텍스트메세지가 신체적인 만남보다 더 편리한 다음세대는 이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 일뿐, 두렵거나 되돌려야 할 문제가 아니다. 작가의 이야기는 고발도, 성찰도 아닌 서술이 된 다. 투명한 비닐위에 오래도록 선을 그리면서 작가 행위는 가상공간과 현실의 매개 역할을 하고, 그리는 행위를 반 복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마치 전쟁 후 생존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쏟아낸 추상표현주의의 거침없는 화폭처 럼 이정동의 비닐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또다른 방법이다. 작가는 쓰레기통에서 처음 보았던 구겨진 비닐 위의 펜낙서가 상처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그날로, 아무도 회화 미디어로 쓰지 않는 비닐을 실험하기를 3년 남짓이다. 비닐을 보관하는 온도, 방법, 그리는 펜의 종류등을 바꾸어 가 면서 투명한 비닐위에 선으로 서술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왔다. 마치 야생에서 발견한 상처받은 동물을 길 들여 가는 것과 같고 계속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홍대 미술대학원에서 회 화를 전공한 작가는 39회 부산 전국미술대전 회화조소 통합 대상을 수상했고, 현재 부산에서 작업하고 활발히 활동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