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초>는 ‘이름 없는 자’의 죽음에 대한 애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애도에 앞서 그 이름을 불러야 한다. 하지만 이름 없는 그들을 나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
애써 이름 붙인다 한들 그 이름이 ‘이름 없는 자’의 실체를 담아낼 수 있을까? 실체? 인정과 부인, 등록과 말소의 투쟁이 일어나는 곳? 혹은 관능과 반성, 자유와 약속이 갈등을 벌이는 곳? 나는 그 곳에서 무엇을 보는가? 나의 환상이 만들어낸 타자의 얼굴인가? 타자의 주술에 이끌려온 나의 얼굴인가?
내가 누군가로부터 애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여 나에게 누군가를 애도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일까? ‘이름’ 이 발하는 빛을 가리지 않고서 ‘이름 없는 자’의 어둠과 만날 수 있을까? ‘이름’ 으로 누렸던 권리를 버리지 않고서 ‘이름 없는 자’의 난파선에 오를 수 있을까?
- 고 승 욱
돌초19,
말더듬-노꼬메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