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하얀 마녀처럼 하얗고 오싹한 소녀들이 캔버스 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김다솜의 그림에는 처음에는 아름답다가, 그 다음엔 오싹할 만큼 무섭고, 오랜시간 바라보고 있으면 애처롭고 사랑스러운 소녀들이 혼자 혹은 둘이 함께 등장한다. 고양이 눈을 가지고, 식물 혹은 야채가 떠오르는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이 소녀들의 이미지가 그렇게 연악하게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고양이의 발톱과 식물의 끈질긴 생명력 또한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그림의 소녀들은 실제로 '트라우마'와 '순수의 상실'을 이야기하는 작가 자신이다. 표정도 없고 응시하는 물체에 대한 단서도 주지 않는 그 시선을 함께 나누는 사이 무기력과 불안이 가득한 눈은 한국에서 활동하며 몸부림치는 젊은 작가들을 떠오르게 한다.
김다솜은 2013년 관훈갤러리 공모전을 통해 선발 된 세 번째 작가로, 아카데미를 나와 미술시장에서 자리잡으려는 여느 많은 한국 젊은 작가들 중 하나이다. 눈에 보여지는 하얀 소녀들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숨겨진 고양이의 발톱과 끈질긴 식물의 생명력을 앞으로도 유감없이 드러내놓는 작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girl, oil on canvas, 90.1x116.8cm, 2012
Between me and me 3, oil on canvas, 116.8x90.1cm,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