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관훈갤러리는 여름 기획 5인전 “Thousand And One Summer Nights” 를 2016년 7월 28일부터 8월 31일 까지 갤러리1층에서 개최한다. 현실세계의 이면, 초자연, 시대와 시간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작가 5인 - 제이미 리, 유 의정, 이 정동, 최 경선, 조셉 팡 - 이 참여한다. 5인의 작품 모두 여름과 잘 어울리는 청량감과 시원함을 선사하지만 그 제작과정에는 작가의 수많은 시간과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긴 “반전매력”이 있는 것 또한 전시의 볼거리이다. 천일 하고도 하룻밤이 매력적인 이집트설화로 가득 채워진 것과 같이, 긴 여름 속에서 작가 5인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시원함과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제이미 리는 자연을 가장 아름답고 판타지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산타페에 내리는 첫눈, 예기치 않게 마주한 한차례의 소나기, 반딧불이,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 등을 캔버스 화면에 시각화하거나 공간에 설치하기 위해 재료와 기법을 꾸준히 실험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 한 오감을 자유분방 하지만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한 낯의 뜨거운 아지랑이를 뱉어낸 후 여름밤의 모습과 같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대학 BFA와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MFA를 졸업한 작가는, 현재 홍대 Ph.D 과정 중이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유 의정은 세라믹 매체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여타 다른 매체가 가진 다양한 색, 재료의 자유로움에 비교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듯, 모든 것을 작품에 구현 해 낸다. 청자나 백자 유물이 떠오르는 작품의 형태 위에는 전통과 현재가 뒤섞인 무늬와 타이포로 가득하고, 명화나 상업 캐릭터가 노골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조합은 마치 유명브랜드의 이미테이션을 발견한 것처럼 매우 현실적인 키치의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작품이 전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성형과 가마, 장식에 쏟은 시간과 데이터로부터 비롯된 완벽함이다. 작가는 홍대 도자&유리 전공 BFA와 MFA를 졸업하고 Ph.D 과정 중이며 다양한 해외 전시에 참여해 왔다.
이 정동은 디지털세계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시각화하여 현실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드로잉을 한다. 투명한 비닐은 무수한 점과 선이 있음에도 무심하게 그 사이로 빛과 그림자를 모두 투과시켜 버린다. 반투명한 화면은 어디가 현실이고 환영인지 구분을 지을 수 없다. 비닐이 중첩되었을 때 레이어에서 오는 힘과 설득력은 페인팅의 “색”과 견줄만 하다. 작가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홍대 MFA를 졸업했다.
최 경선의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 있다. 꿈속과 같은 불분명한 형태, 제한적인 색, 메아리가 울릴 것 같은 공간의 공허함이 가득하다. 작품에 항상 등장하던 “고개를 돌린 아이들”은 이제 관객을 바라보고 강아지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웃기도 한다. 작품을 가득 매운 파란 보라빛이 초자연의 공간을 느끼게 해준다면, 최근 작품의 노란색은 현실세계로 소환하고 싶은 작가의 추억을 나누고 있다. 홍대에서 BFA와 MFA를 졸업하고 중국과 한국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조셉 방은 다양한 mixed media를 캔버스에 거침없이 담아낸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Catalan Ambits 시리즈는, 다양한 재료가 화면을 가득 채운 페인팅 콜라주다. 오일, 아크릴, 구아슈, 신문지, 타이벡(Tyvek), 연필드로잉이 쉴새없이 캔버스를 채우고 있지만 강렬한 지중해 바다색이 이 모든 다양성을 포용한다. 미국 스토니브룩에서 철학과 스튜디오아트 졸업 후, 예일대학에서 페인팅과 철학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