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귀 개인전》
2022. 3. 1 - 3. 31
12:00 - 20:00 (휴관 없음)
관훈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1),
사가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양로 38, www.saga.ooo)
참여작가
귀귀
기획 : 엄제현
글 : 안준형
공간 디자인 : 박규진
그래픽 디자인 : 이현승
주관 : 사가
후원 : 관훈갤러리, (주)재담미디어
입장료 : 10,000원 (현장판매)
문의
T. 0507-1442-1240
E. sagasagasaga2021@gmail.com
⟪귀귀 개인전⟫은 웹툰과 유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귀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그간 작가는 ‘귀귀 갤러리’라는 옴니버스식 웹툰 말미에 지속적으로 회화를 그리고 게재해 왔다. 기존의 웹툰 관람은 만화를 먼저 본 후에야 회화를 감상할 수 있었으나, 전시에서는 회화가 전면에 위치하게 되면서 관람 순서가 전복되며, 웹툰과 회화 매체를 상호 번역하고 새로운 관점을 생산하려는 작가의 실천을 육안으로 바라보고 즐기도록 돕는다.
먼저 〈비켜봐. 시켜볼 게 있어〉는 웹툰 〈열혈초등학교〉에서 그려져 인터넷을 휩쓰는 밈이 되었던 한 장면과 연관되는데,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은 웹툰 캐릭터의 시야를 획득함에 따라 웹툰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발레리노〉는 웹툰의 그림이 실루엣으로만 처리했던 순간을 잡아내 웹툰과 회화 간의 화음을 들려준다. 외에도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 속의 인물들을 동일한 형식으로 그려 결속시키는 〈봉황신공〉과 〈낚시신공〉, 기존의 회화 〈Free Suck〉의 자기 참조적 작품인 〈Still Waiting〉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뛰어넘는 대화를 시도하는 작가의 행적은 가상과 현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만화와 회화에 이르는 다종다기한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과 위치를 바삐 옮겨 놓는다.
보다 이론적인 차원에서, 전시 형식은 우리로 하여금 웹툰과 회화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설정할 것인지 묻는다. QR코드를 통해 회화와 연동된 웹툰 에피소드로 링크하는 방식은 관객이 회화-웹툰-회화의 관람 순서를 경험하게 한다. 이때 회화는 두 장으로 복사되며, 정보 값은 증가하고 내러티브는 부활해 다양한 질문들을 파생시킨다. 가령 같은 작품을 두 번 바라보게 될 때 처음의 회화와 두 번째의 회화는 어떻게 다른가? 그사이에 놓인 웹툰은 전시에 어떤 개입을 하는가? 웹툰은 회화의 부족한 정보값을 보충하는 부조적 이미지인가? 회화는 웹툰의 내러티브를 축약, 대표하는 속성을 지니는가? 양자의 관계는 대등한가, 아니면 전혀 상관없이 한 웹페이지 안에 자리하고 있을 뿐인가? 조화로운가? 모두 아니라면 흔히 생각되는 회화와 웹툰의 사회적 위치처럼 수직적인가? 작품 형식은 만화와 회화, 두 매체 간의 관계를 비롯해 매체에 대한 인식적 차이를 생산하는 문화적 위계를 상상하게끔 한다.
어쩌면 문화적 위계라는 말은 식상한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각자는 취향과 기호에 따라 특정 이미지를 예술로 선별하고 감상하게 되었다. 한 문화를 선호하며 취향을 확인하고 나 자신이 되는 일은 오늘날의 독특한 현상 같기도 하고, 자아를 형성하고 타인과 구별 짓는 불가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부 예술만을 가치 있는 예술로 호명하고 특권화하는 권력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문화가 정말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면 만화를 보는 일과 전시를 보는 일은 동일한 사회적 인식을 주어야 함에도 아직까지 쉽게 수긍하긴 어렵다. 문화의 향유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차이는 위계에 관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암시한다. 한 컷 내지는 한 화가 별 가치를 갖지 않는 웹툰에 비해, 한 점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유화를 겹쳐 놓는 전시는 이미지의 외적인 관계뿐 아니라 저변의 경제에까지 다다르며 문화의 심급과 가치 체계를 두루 성찰하게 한다.
다원화라는 명목과 더불어 쉴 새 없이 분화하는 이미지들의 순환은 마치 세계 전체를 미적으로 재편하려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보기에 따라 풍요로운 심미적 이미지들의 낙원이 도래하는 모습이거나, 예술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이미지들의 내전처럼 다가온다. 전자가 옳다면 취향을 저격하는 이미지들의 총성과 더불어 살아가면 되겠지만, 만약 후자라면 우리는 무엇이 예술을 예술이게끔 하냐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제 그의 작업 세계와 조우하면서 예술의 형태를 가늠해보자.
NFT 링크
☞ https://opensea.io/collection/guigui-solo-exhibition